w8er 2025. 6. 8. 12:08

출처 : https://kr.pinterest.com/pin/38210296834189564/

 

 

바야흐로 생존의 시대를 지나, 번민의 시대가 도래했다.

 

 

과거의 우리는 굶주림과 전쟁, 억압과 같은 고통에 맞서야 했다.

물질이 부족했던 시절의 괴로움은 선조들의 뼛속에 새겨진 기억이었다.

그들은 그 고통을 통감하며 하나씩, 하나씩 지워내려 애썼다. 배고픔을 덜기 위해, 자유를 얻기 위해, 인간답게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마침내, 그들이 바라던 시대에 도달했다. 먹을 것이 있고, 죽음을 걱정하지 않으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남겨진 것은 평온이 아니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번민’이었다.

선조가 남긴 위대한 선물 아래, 우리는 풍요 속에서 완전히 분열되었다.

이따금씩 나는, 무슨 생각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나는 더 이상 굶주리지 않기 위해 야생의 동물을 사냥하지 않는다.

오히려 먹을 것을 고르고, 그 기준에 도덕과 이념을 덧붙인다.

어떤 이는 먹는 행위를 정치화하고, 어떤 이는 선택지를 줄여야 한다고 외친다.

 

나는 더 이상 무기를 들지 않는다.

보호는 국가가, 질서는 법이 맡는다.

이제 개인은 폭력을 실행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가능성조차 위임한 존재다.

행위에 따르는 윤리적 책임조차, 점점 공동체 속으로 분산된다.

 

나는 더 이상 사유의 자유를 박탈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유의 가능성이 지나치게 열려 있다.

그러나 그 자유는 곧 방향을 잃은 부유물처럼 무수한 선택지 사이를 떠돌며 의미를 희미하게 만든다.

 

나는 더 이상 물질의 결핍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풍요로운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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