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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상은 어떤 곳일까?”

작은 아이가 섬광처럼 빛나는 별을 가리켰다. 늘 같은 질문이었다. 저 세상은 어떤 곳인지.

“저 곳은-“

나는 운을 띄웠으나, 목이 순식간에 꽉 막혀 쉽사리 얘기가 나오질 않는다. 괜히 말해주기가 싫은 탓이었을까. 나는 옥색이 감도는 하늘과 그 뒤로 완벽히 검은 우주를 번갈아 보고는 홀로 손을 꽉 쥐었다. 손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힌 게 느껴졌다. 다음 질문은 늘 하던 것들이겠지. 여기서 많이 멀 거냐는 둥,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냐는 둥, 늘 나누던 얘기였다. 그럼에도 나는 항상 성실히 답했다.

“여기서 많이 멀어?”

나는 우두커니 별을 바라보았다.
아이와 나는 단 몇 걸음이면 이 별 전체를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별 위에 앉아있었다. 
검은 배경 속 먼지처럼 떠다니는 이 별은, 내 생각엔 꽤나 안락한 주거공간이었다.
심상이 복잡해진다거나, 무력감을 느끼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여기서부터 우리의 존재는 시작되었다.
 
태양만큼 거대한 행성이 이따금씩 이 별을 지날 때면,
우리는 저항없이 그의 발자취에 홀린 듯 떠다니는 게 우리 삶의 전부였다.
정말 가끔. 어쩌면 백 년에 한번, 지금 내 앞에 보이는 커다랗고 푸른 것이 우리를 삼키려 들 때.
아이는 늘 눈을 빛내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왜 우리는 여기 있는 거야?”

“그러기로 선택했잖아.”

“그래도- 가면 안 돼?”

“우리를 달가워하지 않을 거란다.”

“왜?”

“음… 우리랑 다르니까?”

“아닌데? 똑같은데?”

아이는 언젠가 내가 아이에게 그려주었던, 빛나는 별에 사는 사람들의 그림을 주섬주섬 꺼냈다.

“우리처럼 팔도 두 개고, 다리도 두 개고, 머리도 한 개고……..”

“아냐,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야.”

나는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그림을 물끄러미 보다가 나에게 시선을 홱 던졌다.

“그럼 뭐가 다른데?”

음……. 

뭐가 다른 걸까.

늘 그랬듯 쉽사리 말을 꺼내질 못했다. 나는 검은 우주 위로 드리워진 수많은 별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모두 각각의 별에서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두 명의 사람, 한 개의 대기, 한 개의 별. 
모두가 같은 모양새를 지닌 채였지만, 모두가 다른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는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대기 아래에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 행복한 웃음을 지어내는 반면, 누군가는 회색 빛 대기에 그저 멍하니 홀로 서있기도 했다. 

그런 모양들의 행성들이 수없이 지나가지만, 저기, 찬란한 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별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저 별에 가보고 싶어?”

역시나 늘 하던 말.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곳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 그들은 매일 파티를 벌이며 수많은 대화가 오가고 늘 행복에 가득가득 차 있어. 
매일매일 너에게 그림을 그려줄 사람도 있고, 너가 매일매일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걸.’

혀밑까지 나오는 말들을 애써 집어삼키며 나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정말- 어떤 곳일까..." 아이는 나에게 거의 몸을 맡긴 채 별처럼 빛나는 눈을 감았다. 
아이의 눈은 찬란한 저 별의 수많은 빛 중 하나가 되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나도 가만히 아이의 머리에 손을 대었다.

쿠궁-

이미 셀 수도 없이 많은, 각각의 색을 지닌 행성들이 섬광처럼 빛나는 별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나와 내 무릎에 누운 작은 아이가 딛고 있는 행성도 조금씩 대열에 흡수되어 같은 목적지로 조금씩, 조금씩 전진했다. 
거대한 행성과 점차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내 품의 작은 아이를 바라보았다.

“… 미안해.”

내 품의 아이는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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