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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좆같네.“

그러고는 간간히 들리는 웃음소리. 아무렇지 않게 욕과 웃음을 같이 내뱉는 모습이 왠지 익숙했다.

오후 7시.
나는 에어팟을 귀에 꽂은 채 집에서 나왔다. 재즈 플레이리스트의 감미로운 멜로디가 바로 귀 옆에서 흘렀다. 그래선지 불협화음을 곧바로 들을 수 있었다. 

한 고깃집 앞에서 중년 두명 정도가 한탄하는 소리였다. 담배연기는 그 입을 타고 하늘까지 올라갔다. 연기는 조금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가 금세 눈 앞에서 사라진다. 언젠간 우리 중에 섞여 행방조차 시작조차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나는 잠시 온데간데 흩어져버린 연기를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나는 대학 정문에 도착했다. 주말의 밤이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 많았다. 사람의 감각은 실로 대단하다. 나는 도시 속의 협주곡에서도 그러한 불협화음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인 걸까.

나는 쉽게 스러지고 쉽게 일어나는 이 현상에 이름을 붙이고 싶었고, 그걸 마인드버그라 명명했다. 

인류는 그 자체로 강하고 매력적인 존재지만 우리 또는 개인의 범위로 시야를 좁히기 시작하면 마인드버그의 활동은 조용히 시작된다.

경험한 바에 의하면 우리는 매우 친절하다. 서로를 배려할 줄 알고, 서로를 인정할 줄 아는 사회친화적인 군상이 다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때때로 마인드버그에 시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인한 사람에게도 개인이 되어버리는 시점에선 힘을 쓸 수 없나보다. 

이 마인드버그를 파고들수록 모호한 점만이 계속 날 괴롭혔다. 나 또한 그랬었고, 적어도 나와 이야기를 한 모든 동료들도 마인드버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아마도, 우리 모두가 모두의 숙주인 듯 하다. 

블로그 포스팅을 할 때에도 나의 마인드버그는 꾸물대며 근처를 서성인다.

조금은 관계에서 긴장을 늦추자는 게 결국 나의 생각이다. 아직도 이 모순은 생각의 구석에 깊이 넣어두었다. 어찌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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